클들
2014-12-18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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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Musici와 비발디 [사계]
Violin Concerto [The Four Seasons]
비발디의 사계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발디는 사계의 악보를 출판할 당시 각각의 계절마다 14개로 만들어진 소네트를 붙였습니다. 소네트(짧은 시)를 쓴 작가가 누구인지 밝혀져 있진 않지만 비발디가 직접 썼다는 이야기도 있고 기존의 문학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사계>의 각 계절의 악장마다 쓰여진 소네트는 이렇습니다.
- 봄
1악장: 작은 새들은 즐거운 듯 노래하며, 봄에게 인사한다. 서풍의 상냥한 숨결에 불려 나와, 냇물은 상냥하게 얘기하며 흐르기 시작한다. 그러자 하늘이 어두워지고, 봄날의 천둥이 울려 퍼지고, 번개가 번쩍인다.
2악장: 여기, 꽃이 한창인 아름다운 목장에서는 나무들의 잎사귀가 아름답게 속삭이고, 산의 양치기는 충실한 개를 옆에 두고 깊은 잠에 빠져 있다.
3악장: 요정들과 양치기들은 눈부시게 빛나는 봄 치장 속에서 전원풍의 양치기가 부는 피리의 활기찬 음률에 맞추어 즐거운 듯이 춤춘다.
- 여름
1악장: 태양이 타오르듯이 내리쬐는 이 힘든 계절에 사람과 가축은 활력을 잃고 나무와 풀조차도 더위를 타고 있다. 뻐꾸기가 지저귀기 시작하고, 산 비둘기와 검은 방울새가 노래한다. 산들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 온다. 그러나 북풍이 갑자기 산들바람을 덮치고 산양은 비를 두려워하여 자신의 불운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린다,
2악장: 번개, 천둥소리, 그리고 무수한 파리 떼들 때문에 산양의 피곤한 몸은 편안하지 않네.
3악장: 아아, 산양의 두려움은 얼마나 옳았던가. 하늘은 천둥을 울리고, 번개를 비추고, 우박까지 내리게 하여 익은 곡물의 이삭을 상처 입게 한다.
- 가을
1악장: 마을 사람들은 춤과 노래로 풍요로운 수확을 기뻐하며 축하한다. 바커스의 술 덕분에 모임은 흥분되고 결국 모두 깊이 잠들어 버린다.
2악장: 모두 춤추기를 멈추고, 노래를 그친 후에는 평온한 공기가 기분 좋다. 그리고 이 계절은 달콤한 잠이 사람들을 근사한 휴식으로 이끌어준다.
3악장: 사냥꾼들은 새벽에 사냥하러 나간다. 피리와 총을 들고 개를 데리고 짐승은 도망가고 그들은 쫓아간다. 짐승은 무서워하고 총소리와 개 짖는 소리에 지쳐버리고 상처 입어 브르르 떨고 있다. 그리고 도망칠 힘도 잃고 궁지로 몰려 죽는다.
- 겨울
1악장: 차가운 눈 속, 추워서 벌벌 떨며 휘몰아치는 무서운 바람을 향하여 사람이 간다. 쉬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혹독한 추위에 이가 덜덜 떨린다.
2악장: 불 옆에서 조용히 만족스런 날들을 보낸다. 그 동안 집 밖에서는 비가 만물을 적신다.
3악장: 얼음 위를 넘어지지 않으려고 천천히 움직인다. 난폭하게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진다. 그렇지만 일어나서 얼음이 깨져 균열이 생길 정도의 힘찬 기세로 달려간다. 닫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남풍, 북풍, 그리고 모든 바람들이 싸우는 것에 귀를 기울인다. 이것이 겨울이다. 이렇게 해서 겨울은 기쁨을 가져다 준다.
과거에도 지금도 수 많은 아티스트들이 끊임 없이 연주하고 있는 곡입니다. 그래서 이 곡은 더욱 훌륭한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게 됩니다. 사계를 가장 아름답게 연주한 합주단을 고르라면 많은 사람들은 이 무지치(I Musici)를 떠올릴 겁니다.
이런 말도 있습니다.
<사계>는 이 무지치의 <사계>와 다른 모든 연주자들의 <사계>로 나뉜다.
그 정도로 이 무지치의 <사계>는 이 팀의 대표 레퍼토리 입니다. <사계>에 관해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권위를 가진 이 무지치는 바이올린 연주자가 바뀔 때 마다 비발디의 <사계>를 새롭게 녹음 하곤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초대 바이올리니스트 펠릭스 아요(Felix Ayo)와 함께 한 1959년 버전이 가장 훌륭한 연주로 꼽힙니다.
1952년 이탈리아의 로마에 있는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유학하고 있던 펠릭스 아요는 11명의 같은 음악원 출신 동료들과 이 무지치 합주단을 조직하게 됩니다. 이 무지치는 지휘자가 없는 팀으로 결성 당시 구성원의 나이가 모두 20세 전후였습니다. 그들의 아이디어는 바로크시대의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현악 음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합주단의 이름도 18세기 이탈리아에서 불려지던 ‘음악가’라는 뜻의 ‘I Musici’에서 따오게 되었지요.
또 곡의 해석과 연주 테크닉 등 모든 음악적인 문제들을 전원 합의하에 함께 결정하고 이끌어 가자는 취지로 처음부터 지휘자를 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들의 연주를 들어 보면 20대에 녹음 했던 앨범들도 그 완성도가 뛰어 납니다. 젊은 연주자들이 지휘자가 없이 완성도 높은 곡들을 끌어 낸 것을 보면 그들의 음악을 향한 열정과 실력 그리고 일치되는 마음들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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